2021.6.12 (토)
본격적으로 테왁을 만들기 앞서 해녀가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50여년 물질을 하셨던 해녀 어르신께서 그동안 사용하였던 장비들을 손수 가지고 와 사용 방법을 하나씩 가르쳐 주셨지요. 장비로는 얇은 고무옷/두꺼운 고무옷, 테왁, 물안경, 고무모자, 납과 벨트, 오리발 그리고 호맹이와 빗창 등의 채취 기구 몇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신기한 것은 고무옷과 모자, 물안경 모두 레저용 기성품이 아닌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해녀용 장비들이었습니다.
해녀 어르신과 이런 저런 질문을 주고 받은 뒤 짧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테왁 만들기 시간이 왔습니다.
해녀의 상징하면 역시 테왁이고, 오늘 만들게 되는 테왁은 제 생애 최초의 테왁이 되는 날이죠!
너무나 설레는 시간이 어떻게 순(식간에)삭(제) 되었는지 함께 보시죠-
해녀 테왁 만들기
테왁은 기성품이 판매되지 않고, 대한민국 모든 해녀가 손수 만드는 수공품이라 합니다. 때문에 옛날에 구할 수 있었던 재료와 오늘날의 재료가 조금씩 다르고, 지역마다도 만드는 방식이 달라 개성있고 특징을 달리하지요. 그래도 모든 테왁은 공통적으로 물에 뜨는 부이 역할의 테왁과 체취한 물건을 담는 망사리, 그리고 이 망사리와 테왁을 잇는 끈과 테두리로 만들어집니다.
테왁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물건을 담아두기만 해서가 아니에요. 해녀는 잦은 잠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몸에 납을 달고 있고, 물에 뜨려면 애써서 오리발질을 해야함으로 체력의 소모가 큽니다. 그래서 물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거나 바닥 물건을 살필 때에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테왁을 붙잡은 채로 몸을 쉬게 해주는 역할도 하지요. 고로 테왁은 해녀 자신의 작은 섬이자 육지가 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옛농담으로 해녀에게 있어 테왁은 신랑과도 같다고 해요ㅎㅎ
그럼 신랑.. 아니ㅋㅋ 테왁을 만드는 법은 아래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망사리라는 말도 뱃두렁이란 말도 모두 낯설었지만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평생 기억해야 할 것 같아 하나하나 메모하고 담아두어봤습니다.
1. 테왁에 천을 감싸 단단하게 묶는다.
2. 망사리를 반으로 접어 끈으로 여민다.
3. 망사리를 뒤집어 한쪽 끝을 끈으로 엮어 조인다.
4. 테두리를 넣어 여민 구멍이 가운데에 오도록 한 후 반대편을 모아 조인다.
5. 테두리와 망사리를 엮는다. (5코에 한번씩 엮는다, 한방향으로 단단하게 조여준다.)
6. 모아 조인 쪽을 풀고 망사리를 뒤집는다.
7. 처음 엮어 조인 구멍의 끈을 고무줄로 이어 바꾼다.
8. 고무줄을 풀기 쉽도록 조여 둔다.(후에 이쪽으로 채집한 물건을 넣는다.)
9. 반대쪽 망사리의 끝에서 3-5코 안쪽으로 반듯하게 끈을 엮는다.
10. 9에서 다 엮은 줄의 한쪽 끝을 한뼘 좀 모자라게 남긴 후 단단하게 조여 묶는다.(이때 망사리 끝부분은 조여진 안쪽으로 잘 정리해 넣는다.)
11. 남은 끈을 풀기 쉽게 묶은 후 그래도 늘어진 줄은 망사리 한쪽 끝에 묶어 건다.(후에 이쪽을 풀어 채집물을 쏟는다.)
12. 테왁 위아래로 간대를 위치한 후 각각 네방향으로 연결한다.
13. 12에서 고정된 간대를 줄로 서로 엮는다.(이때 간대는 반듯한 6각형이 되도록 하고 끈을 최대한 조여묶는다.)
14. 간대가 고정된 테왁을 망사리 입구에 올리고 테두리 정중앙에 위치한 후 가능한 3등분한 위치에서 테왁과 망사리를 연결한다.(뱃두렁을 제외한 두 끈의 길이는 한뼘 정도이며 테왁 아래로)
15. 마지막 뱃두렁 끈은 테왁 위에서부터 팔목 정도의 길이로 망사리와 연결한다.
16. 모든 끈의 끝을 정돈한다.(풀어지지 않도록 녹인 후 망사리 사이로 잘 엮어둔다.)
뭔가 복잡해보이지만 간단하게 보자면 해산물을 담을 망태기를 여미고, 동그란 틀에 고정시킨 다음, 여기에 스티로폼 부이를 연결하는 형태입니다. 망사리와 테왁의 크기는 해녀의 계급에 따라서도 틀리고, 채취하는 해산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하네요. 때로는 망사리 하나가 아닌 여러개를 테왁에 달아 서로 다른 해산물을 구분해 담기도 한다고 합니다.
동기들과 오후 반나절을 땀흘리며 끈을 엮고- 묶고- 지지고(?) 하다보니 어느새 모두의 테왁 28개가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위해 집에서 준비해 온 천을 둘러 장식하니 알록달록함 테왁 모둠이 되었어요. 앞으로 8월까지 나와 한몸이 될 내 도구를 내가 직접 만들었다 생각하니 뿌듯하고 설레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동기생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 찍으며 오늘을 기념했습니다 :)
그동안 교육실에서만 딱딱하게 마주보았던 동기들과 처음으로 함께 땀흘리고 서로 도우며 일을 하다보니 부쩍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이 테왁과 함께 첫 입수도 시작된다하니 앞으로 해녀에도, 동기생들과도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더군요. 얼른 다음주가 돌아오길 바라고 바래며 오늘의 교육장, 진두 마을을 떠나갑니다.
'해녀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제해녀아카데미] 4일차, 호흡 연습과 덕다이빙 (2) | 2021.07.01 |
---|---|
[거제해녀아카데미] 3일차, CPR과 첫 입수! (0) | 2021.06.29 |
[거제해녀아카데미] 2일차 오전, 바다에도 때가 있다. 물때 공부하기 (0) | 2021.06.24 |
[거제해녀아카데미] 1일차 오후, 잠수의 기초 이론 (0) | 2021.06.15 |
[거제해녀아카데미] 1일차 오전, 해녀의 계급과 수익 구조 (0) | 2021.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