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12 (토)
즐거움이 있으면 고난도 있다는 법칙은 해녀학교에서도 피해갈 수 없나 봅니다ㅎㅎ
이제껏 재미나고 흥미로운 것만 배우다가 교재에 ‘물때표’가 나온 순간, 얼음이 되어 수업을 시작한 2일차였습니다...
물때와 조석
십여년 전, 고1 지구과학 시간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지요. 조석간만의 차, 달의 인력으로 인해 바닷물이 빠져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물의 높이 차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죠. 문제는, 조석간만의 차를 표로 나타낸 조석표와 오늘 배워야할 '물때'라는 것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낯설었습니다.
조석표 | 물때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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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표:
조석표는 날짜별로 매일 새롭게 갱신이 됩니다. 물이 가장 높아진 시각과 낮아진 시각, 그리고 그 때의 물의 실측 변화량을 표시한 것이 조석표입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기상예보에서 비오는 시간과 강수량을 알려주듯이 그날 물이 제일 높아지는 시각과 낮아지는 시각 그리고 그때 물의 높낮이를 수치화하여 나열한 정보이지요.
물때표:
물때표는 그 자체가 규칙성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물의 흐름을 기록한 것으로, 표 자체가 날짜별로 갱신되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구구단처럼 표만 외운다면 언제든 물때를 스스로 알아낼 수가 있는 것이죠.
물때는 지금과 같이 기상 예보, 조석 예보가 가능하기 훨씬 이전부터 바다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음력에 따라 규칙적으로 변하는 바닷물 변화 정도에 이름을 붙여 만든 것이라 합니다. 여기에는 예쁜 한글들이 붙여지는데요.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양이 가장 많은 때를 사리, 가장 적은 때를 조금이라고 하며, 조석표를 응용하자면 물의 높낮이 차가 가장 큰 때가 사리, 가장 작은 때가 조금인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조금과 사리를 기준으로 물의 변화량은 조금씩 커졌다 적어지기를 반복하며 여기에 1물, 2물과 같이 순차적으로 이름을 붙여 현재 물때가 사리에 가까워지는지 혹은 조금에 가까워지는지 구분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해녀들이 물때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외로 단순합니다. 물의 높낮이가 크다는 건 물이 빠졌을 때 물의 높이가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고, 평소에 깊어서 가기가 어려웠던 곳도 수월하게 물질이 가능하다는 걸 예측하게 해주죠. 즉, 물의 높낮이기 큰 사리의 물때에 맞춰 집중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물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단순한 개념의 물때가 낯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음력을 기준으로 주기성을 갖기 때문이었어요. 양력에만 익숙한 제 세대의 경우는 음력 일자를 알아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양력 날짜에서 음력 날짜를 찾고, 그 다음에 물때표를 적용하는 과정이 뭔가 복잡했습니다. 문득, 바다가 고향이신 어른들이 항상 음력 표기된 달력을 걸어두시고 '오늘은 물때가 안좋다-' 말씀하시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ㅎㅎ
- 바다 사람이면 알만한 물때표 사이트, 바다타임(https://www.badatime.com/)
- 물때도 함께 표기된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표(http://www.khoa.go.kr/swtc/main.do?obsPostId=DT_0034)
다행인건 요즘은 바다 물때와 조석표를 바로바로 알려주는 어플이 많다는 것이네요. 게다가 물때는 음력으로 15일, 30일이 항상 사리이기 때문에 보름 중 하루만 음력일자를 안다면 다른 날의 물때도 알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로,
오늘이 양력 6월 12일이라면
음력으로 5월 3일임으로
'사리'가 지나고 3일째인 '10물때'가 되는 것이죠.
같은 논리로,
매해 음력 8월 15일에 돌아오는 추석은
물때가 사리입니다 !
바다도 풍년인 때네요ㅎㅎ
이렇게 물때에 대해 조금 알고보니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높낮이와 시간에 조금씩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물의 높낮이 차이가 크구나, 적구나 하는 사실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몇십년을 바라봐 온 바다인데도 또 새롭게 느껴집니다.
물을 좋아하시거나 낚시를 좋아하시거나 예비해녀가 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물때는 꼭 한번 공부해보시기 추천 드려요. 그리고 이 날 수업 오후엔 대망의 테왁만들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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