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5 (토)
오전에는 해녀의 조직과 수익구조에 대한 사회적인 이론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드디어, 피지컬에 대한 첫 수업이 이루어졌지요. 바로 잠수에 대한 기초 이론!
어려서부터 수영을 배우고 주말이면 수영장에서 하루를 보낼만큼 물을 좋아했지만 사실 저는 한번도 잠수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최근에서야 호흡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하였지만 영상은 일방적이고 단편적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를 느꼈어요. 그러던 중, 다이빙 강습을 통해서나 배울 수 있는 잠수의 기초를 이렇게 직접 듣고, 질문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잠수의 기초'라고 하면 설명하고 나열해야 할 내용이 물리나 의학 등 전반에 걸쳐 너무나 광범위하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그동안 전혀 생각지 못하였거나 오해하였던 몇가지 사실들을 위주로 정리해 둘까 합니다.
물의 압력, 그리고 압력 평형
물속에서는 사물이 지상에서보다 더 크고 가깝게 왜곡되어 보이고, 체온 또한 지상보다 빠르게 빼앗기는 것은 바다를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었죠. 그러나 물속에 깊이 잠수하면 할수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속의 장기, 그 중에서 폐 또한 압력의 영향을 받아 그 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사실이라 놀라웠습니다. 단순히 귀에서 느껴지던 압력 뿐 아니라 몸속에 있는 모든 공기공간, 그 중에서 폐 또한 그 부피가 적지 않은 비율로 줄어든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단순하게 보자면 수심 10미터당 내 폐의 부피는 거의 절반씩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20미터 지점에 도달하였을 때에는 절반에서도 다시 거의 절반 즉, 지상에서의 폐용량 대비 1/3 만큼이나 줄어드는 것이지요. 풍선으로 비교하자면 한번의 호흡을 통해 물속 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그 짧은 순간에 폐가 다 편 손에서 주먹만큼의 크기 변화를 겪는 것이었습니다. 지상에서 아무리 격한 활동을 하더라도 그 정도 역동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운 만큼 생각보다 몸에 큰 무리가 온다는 의미겠지요.
다만, 폐는 신경이 둔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기가 어렵지만 이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지 않는다면 장시간 물질 후, 내몸에 올 수 있는 변화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가 없는 만큼 중요한 사전 지식이었죠.
무엇보다 압력평형, 이퀄라이징을 하기 전 기본 바탕으로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기도 하였지요. 단순 귀 뿐 아니라 얼굴에 많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로 알았습니다. 유튜브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웠던, 이퀄라이징을 해야하는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하는 때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지요.
발살바, 프렌젤 등 특정 방법론을 떠나서 이퀄라이징은 잠수 하강을 시작하며 통증이 오기 전, 미리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그 후에도 필요하다면 수시로 진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단, 수면으로 상승 시에는 이퀄라이징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상승 중에는 이미 압력 팽창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 때 이퀄라이징을 한다면 고막이나 내이 등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 심하면 고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합니다.
그동안 바다에서 잠수 하던 중 귀에 압박감이 느껴지면 침을 삼키거나 턱을 움직였을 때 조금 나아진다는 정도로만 체득하고 있던 저로서는 그러한 압박감을 계속 가지고 잠수하는 것이 얼마나 무리가 가는 행동인지 새삼 알게 되어 놀라웠습니다. 또, 코를 손으로 잡고 숨을 불어내듯 부드럽게 압력을 맞춰주는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마치 원시림에서 나무창만 쓰며 살다가 쇠칼과 방패라는 도구를 알게된 정도의 신선함이랄까요ㅎㅎ
물론, 잠수의 기초를 알고 계시거나 이미 유튜브를 통해 많은 걸 이해하신 분들에게는 지루한 시간이었겠지만 그동안 물만, 바다만 좋아했지 이러한 지식이 전혀 없던 저에게는 내몸을 위해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한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지런히 메모를 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수업도 마무리가 되었네요.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꼼짝없이 강의실에 앉아있었던 하루지만 궁금했던 내용들이었던 만큼 시간도 빠르게 흘러간 듯 합니다. 다음주부터는 야외수업도 진행된다고 하니 벌써 설레이네요! 이렇게 해녀에 한걸음 더 다가간 듯한 6기생의 1일차 교육 일지 마무리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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