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2월 28일(일)
바다날씨: 비바람 / 수온 12도 / 강한 바람에 파고 1~2M
위치: 경북 축산항 주변
2021년의 첫 담금질.
모처럼 만의 바다였는데 이틀 내내 비와 바람이 몰아쳤어요.
수온은 지난번보다 나은 듯 했지만 파도가 문제였던 기간이었죠...
마음 먹고 구매한 고프로가 무색해지게 바다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첫째날이 지나고, 둘째날은 잠시 파도가 잦아 든 시간에 물에 띄어들 준비를 하였습니다. 막 발을 집어넣고 차가움 때문에 소름이 싸악 돋던 순간, 옆에서 해루질 채비를 가지고 들어오시던 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쳤네요. 이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이미 돌이킬수 없음을 서로가 느낀 멋쩍은 순간, 두 사람다 웃음밖에 흘러나오질 않더라구요ㅎㅎ
몸은 수트 덕에 조금이나마 나았을지 몰라도 머리를 넣은 순간,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머리통이 깨질듯이 차가웠지만 그래도 몇달만에 물에 들어갔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잊게 되네요. 문제는 그 다음 고비, 아무리 발을 굴러도 제자리에 머물뿐이고 좀 더 멀리 나가려 하면 무섭게 들이치는 파도가 바위와 부딪혀 만들어 낸 포말이 눈앞을 하옇게 가려 버립니다.
목표는 지난번 뭍에서 탐색 때 구경했던 돌바위 주변이었지만 이 물이 위험하다는게 발끝까지 느껴져 비교적 적게 출렁이는 안쪽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었어요.
그래,이쯤되면 다른 건 포기하고 물 안에서 고프로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나 느껴보자 하는 정도로만 살랑살랑. 그래도 여전히 높은 파도에 몸은 휘청휘청, 고프로를 잡은 손은 흔들흔들.
이 거친 파도에도 바다생물들은 유유히 자기 길을 헤엄쳐 갑니다. 커다란 덩치 하나 가누지 못하고 동동 떠있는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오늘따라 유난히 고기도 많이 만났네요.
오늘 만난 친구들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그 흔한 놀래미. 곧 봄이라 그런지 크기도 크고 몸집도 오동통합니다. 바닥에 숨은 작은 도다리 한마리는 이렇게 뿌연 부유물 속에서도 들키다니 정말 순진하구나 싶었죠. 마지막으로 해삼. 그동안 이 추위와 날씨때문에 바다에 들어온 이가 없었는지 여유롭게 이바위 저바위 마실나온 해삼들ㅎㅎ 해초 사이, 바위 사이 작은 순간들도 담아보고 싶었는데 더이상 욕심낼 수 없었던 첫 담금질에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물속에서 고프로를 쥐고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배웠고, 수중 촬영용 케이스가 제 할일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테스트한 것으로 위로해 보려 합니다.
떠나는 날 해가쬐고 잔잔해진 반전의 바다, 너란 정말...
부디 다음 방문에는 날씨가 도와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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