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9 (토)
입학 소식을 듣고 일주일 동안 싱숭생숭 많이도 설레였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드디어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첫 등교를 하게 되었지요. 이 날은 OT 이기 때문에 오후 1시까지 도착하면 되어 서울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였습니다. 체력검증을 보러 간 날은 새벽 3시였는데 그에 비하면 훨씬 느긋해진 느낌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5시간 걸리는 등교 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출석 장소는 시험과 면접을 받던 진두 마을이 아닌 옥포의 한 교육장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대형마트와 스타벅스 건물이 있어 새벽 내내 달려오느라 꾀죄죄해진 용모를 조금 단정히(?) 했어요ㅎㅎ
이전 기수까지의 거제해녀아카데미 입학식을 검색해 보았을 때는 다양한 인원과 행사로 북적이는 사진이 많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번 기수는 입학생만 한정하여 조촐하게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저와 같은 설레임에 일찍 눈을 뜨신 건지 30분전부터 많은 동기분들이 모이기 시작하였어요. 아직은 서로 낯선 기류와 함께요-
오리엔테이션은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이신 해녀 선생님의 인사 말씀 낭독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해녀에 대한 교육 영상들로 가볍게 워밍업을 하였어요. 교재를 나누어 받고나서 본격적으로 향후 일정과 준비 사항 등을 안내 받았습니다. 수업 일정을 대략 정리해보니 앞으로 3달 동안 매주 아래와 같더라구요.
- 기간: 6월 5일 ~ 8월 28일, 3달 간
- 시간: 매주 토요일, 9:30 ~ 17:00 (12:00 부터 점심시간 1시간)
고로 제 경우는 앞으로 3달을 매주 토요일 오전 9시까지 거제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요. 수업 장소는 수업 내용과 계획에 따라 교육실 혹은 거제 일대 야외에서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 6월까지는 대부분 이론 수업으로 이루어졌고, 7월부터 안전 교육을 필두로 해 조금씩 입수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후 8월은 실습으로 꽉 채워져 있었구요. 마지막에는 이론 및 실기 평가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 심사 기준에 따른 일정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졸업장을 받을지 혹은 수료장을 받을지 그 결과가 달라진다고 하여요. 그만큼 매 교육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OT를 이끈 카리스마 넘치는 국장님께서 거듭 강조하셨듯이 사실 수업은 합격이 된 날 이후부터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해녀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문화, 역사를 동영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 받고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물때를 배우고, 해산물 채집하는 것을 배우겠지.' 라고만 생각하였다가 영상 하나하나를 보면서 많은 반성과,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해녀는, 단순히 바다에서 맨몸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역사적, 자연적 환경에 따라 필연적이었던
이 노동에 그들만의 규율을 만들고
바다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는 동시에
사회 공동체의 성장을 이루면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고 오랜 삶의 양식을
이루어 낸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또, 아직까지 모두 기록하지 못한 그 역사와 내용을
전승, 보존해야하는 직업군이었던 것이지요.
나와 같은, 우리와 같은 교육생이 해야하는 일은 비단 해녀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와, 그들이 전해온 문화를 이해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를 넘어선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그래서 해녀의 가치가 더욱 오랫동안 빛이 날 수 있도록 보탬이 되는, 책임감을 지닌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죠.
앞으로 3개월 동안 실제 해녀로부터, 진짜 해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였습니다.
이제는 바다가 좋아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해녀 그 자체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자 다짐도 하였구요.
3개월 동안 함께할 6기 동기들과의 인사 순서가 끝나고, 7명씩 한 식구, 아니 조로 배정을 받아 모였습니다.
교육 일정 동안 각자가 조에서 맡을 7가지 역할을 나누고 얼굴을 익혔어요. 저는 조의 활동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홍보역을 자청해 맡았습니다. 교구 관리나 안전 담당 등 중요한 역할들 사이에서 그나마 제가 도움이 될 법한 것은 사진 촬영 뿐이겠더라구요ㅎㅎ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매일같이 첫 수업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 때에도 이 정도로 들떴나 싶으네요.
왕복 10시간이 걸린 등교길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세상 가볍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15번은 더 남은 길이지만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서는 요즘이네요ㅎㅎ
다음 1주차 수업 일기, 함께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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