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일기

법환해녀학교, 쓰디 쓴 탈락의 고배를 맛보다

Jenny the Sea 2021. 5.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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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학교를 알게 된 것은 2020년 5월이었습니다. 이미 막 제주와 거제 해녀학교 모두 접수가 끝난 시기라 교육생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 때문에 1년 여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여름에는 바다와 뙤약볕을 마음껏 즐기며 올해를 버티자 하였고, 가을에는 차가워지는 바다를 즐기며 이제 곧 겨울이다 하고 희망을 가지면서 겨울 내내 새로 올 봄과 3월의 신청 일자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지요.

 

이듬해인 2021년 3월에 드디어, 제주 법환해녀학교가 교육생 모집을 시작하였습니다. 제주에는 서귀포의 법환해녀학교와 반대편 제주의 한수풀해녀학교 총 2곳이 있었는데 저는 법환해녀학교 7기 교육생 모집에 신청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각 학교들의 공식 웹페이지에요.

 


 

법환좀녀마을해녀학교 - 메인

 

thehaenyeo-school.com

 

 

ㅇㅇㅇ 홈페이지

***을 전문으로 하는 ㅇㅇㅇ 홈페이지입니다~

jejuhaenyeo-school.com


 

보름 정도 후 면접 일자가 통보되었고 4월 주중 목요일인 관계로 회사에 연차를 내고 내려가야 했죠ㅎㅎ

면접장소는 법환잠녀마을의 해녀학교 건물이었습니다. 주변으로 해녀 카페와 예쁜 바다가 펼쳐져 면접장 들어서기 전 한껏 긴장을 풀 수 있었어요.

바로 앞 범섬이 보이는 법환마을

 

마을 한켠에 다소곳이 자리를 잡은 학교가 보입니다.

 

마을에는 새로운 빌라 건물과 카페가 많습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면접자들이 속속 모여 다시 긴장이 되었습니다. 다이버 자격증과 기념물로 무장한 분들부터 시작해서 모두 포스가 무시무시하였네요ㅎㅎ 수상 관련 자격증 하나 없이 바다에 대한 마음만 가지고 온 저로서는 조금씩 위축되는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면접 대기실에는 해녀 사진과 관련 소품들, 그리고 해녀를 알리는 소책자와 간식 등이 살뜰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손바닥보다 큰 전복을 보고 신기해하며 딴청도 피워보았습니다. 그래도 영 긴장이 되더군요ㅎㅎ

 

손바닥보다 큰 전복껍데기

 

마치 내것처럼 설레이게 만드는 물질 도구들

 

간식과 소책자로 보내는 대기 시간

 

면접은 접수 번호 순이었는지 저는 두번째 순서인 오전 10시 30분이었습니다. 다른 면접자 4명과 함께 총 5명이 면접실로 들어가 앉았어요. 맞은편 테이블에는 법환마을 어촌계장님부터 해녀회 회장님, 수협 관계자분들 등 총 4분의 면접자가 계셨고 작성한 이력서를 토대로 여러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제 경우는 타지에서 제주까지 몇달 여에 걸쳐 교육을 듣고 또, 실제로 해녀를 업으로 삼을 의지와 계획이 있는지를 주로 물어보셨어요. 면접이란 것을 본지도 10년여 전 일이고, 이제는 회사에서 면접 심사를 하는 입장인데도 어른들께서 무섭게 압박하며 질문을 하시니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그 순간 느꼈지만 제가 안일했구나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어떤 마을에서 살고 싶다, 집을 구하는 가격은 대략 이렇구나 정도로 가벼운 계획만 세웠지 사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주를 할 것이고 어떤 단계를 걸쳐 준비를 할 것인지는 아무런 계획을 하지 못하였거든요. 그런 속내가 면접자리에서 모두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음만큼은 '뽑아만 주신다면, 짐을 싸들고 내려올께요!' 였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나요ㅎㅎ 어느새 면접은 질의응답이 아니라, 해녀학교에 오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꾸중을 듣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바다가 아름답고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해녀는 바다를 업으로 삼는 직업인 터,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에도 바다로 나가야 하고

수심을 가리지 않고 물속을 드나들며 귓병, 피부병 등의 잔병도 뒤따르는 데다

수익도 보장되지 않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럼에도 보존되어야 하는 우리의 무형유산이고 직업이기에 때문에 이렇게 해녀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이를 모두 각오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로만 설명할 뿐, 그 각오에 대한 어떠한 현실적인 준비도 하지 않고 온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네요. 그런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어른들께서도 마지막 인사로, 결과를 떠나 해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렇게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그 마음 하나만으로, 그리고 오랜만에 제주 바람을 마음껏 느끼고 갈 수 있게 된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 값진 경험이지 않았나 싶어요.

보름 후, 통보 받은 결과는 영락없이 탈락이었습니다.

1년을 넘게 기다린 순간이었는데 얼마나 슬프고 원통하였는지 몰라요. 사실은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낭만만 내세운 제 자신에 대한 후회가 더 많긴 하였습니다. 꼬박 하루를 슬픔에 잠겨 보내고 다음 날 또다시 제 삶을 살아 갔네요.

수능을 보고, 대학 입시 결과를 받고, 취업 준비를 하고 무수히 많은 면접과 탈락 통보를 거쳐 입사를 한 후로...

탈락이라는 고배를 다시 마실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결국 한번은 넘어지게 되었네요ㅎㅎ 이번 실패를 바탕 삼아 다음에는 준비를 더 탄탄히 해야지 싶었어요. 

범섬, 우리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얼마 후, 거제해녀학교 접수가 공지되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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