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해녀아카데미] 실기 시험, 바다가 도운 필살의 하루
2021.8.14 (토)
3달 여에 걸친 기나긴 여정도 어느덧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는 거제해녀아카데미의 졸업식이 예정되어 있고, 그전에 오늘은 6기들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는지 첫번째 시험을 보는, 실기시험 날이었습니다.
실기 시험은 그동안 훈련 받았던 숨참기와 입수, 잠영 3가지 종목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각각의 시험마다 시간, 거리에 따른 점수가 매겨질 예정이었죠. 이 날의 점수는 다음주 졸업식 전, 진행 예정인 필기 시험 점수와 합산되어 최종적으로 졸업 여부를 가르게 됩니다. 혹시나 미달인 경우는, 졸업이 가능한 점수가 나올때까지 재시험을 보아야 하고요!
한번의 호흡으로 2분 이상은 물속에서 참아야하는 '숨참기' 시험이 저에게는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물 밖에서 조차 1분 30초를 참기 어려운 데 물 속에서 2분을 참아야 하다니! 어떻게든 만점을 받고 싶은 욕심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주일 간 프리다이빙 훈련용 어플을 깔고 집에서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조금 늘었나 싶으면 다음 날 다시 변화가 없어지는 기록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결국, 시험날은 다가왔고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리며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초시계를 들고 있는 선생님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연습 기록이 2분을 넘기지 못했기에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참아보자 다짐하였어요. 다행인 건 기회는 총 2번이었기에 한번만에 잘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역시나 첫번째 시도는 2분을 넘기지 못하였고, 한편으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되었어요. 오히려 잘할려는 부담이 줄어 '무리하지 말자, 욕심내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보니 2분을 아주 쪼금 넘기고 고개를 들 수 있었습니다! 절대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시험을 잘 마무리해서 너무나 기뻤다죠 :)
이후, 잠영과 입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 임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한명 한명 모두 시험을 치르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식사 이후에는 선배 해녀님들과 지역별 해녀선생님들께서 학교에 방문오셔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취업 상담회(?)를 가졌어요. 이 시간 동안 선배들과 인사도 나누고 친분을 다지며 '진짜 해녀'에 대해 현실적으로 궁금하였던 많은 것의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해녀배마다 어떠한 일정으로 작업을 하는지, 주요 작업물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죠.
제 경우도 직업 해녀를 목표하고 있기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많은 정보와 내용들을 머리 속에 담아 두었습니다. 가슴 속에는 언젠가 나도 떳떳한 초보 해녀가 되어 이분들과 함께 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기운을 얻어갔고요.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고 모든 일정이 종료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주면 이제 해녀학교의 졸업생으로서 어떠한 길을 갈지 확고히 결정해야 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죠. 나는 정말 준비가 된 사람인지, 지금 이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인지, 복잡하고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귀성길이었습니다. 1년을 준비해 온 시간이지만 막상 결정의 문을 선택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니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고요.
이제 하루뿐이 남지 않은 시간, 저는 어떠한 결심으로 졸업장을 받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