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도 봄, 고성 자작도 스노클링
21년 4월 10일(토)
바다날씨: 맑음 / 수온 12도 / 파고 0.5~1M
위치: 강원 자작도 주변
주말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왔던 3월이죠.
지난 2월 입수 이후 몇번 더 고프로 시험 영상도 찍고 바다 구경도 하고 싶었는데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바람에 높은 파도라 꼼짝없이 집에 갇혔었습니다. 그래도 봄이라 벚꽃도 피고, 예쁘게 흩날리는 꽃구경하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보았더니 어느새 맑은 주말이 찾아왔네요 :)
이번엔 고성 거진항으로 출발하여 보았습니다. 지난 해 가을에 잠시 들렸던 거진항의 바다가 예뻐 한번쯤 몸을 담궈보고 싶었기에 고민 없이 달려갔어요. 거진 어촌관광체험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해서 인지 이곳저곳 공사도 많이 하고 몇달 사이 달라진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진항에는 해녀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먼저 레저를 위한 입수가 가능한지 허락을 구해보았으나 최근까지 다이버들과 갈등이 잦아 해경 감시가 활발하니 가급적이면 들어가지 않는게 좋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거진항의 바다 속이 구경하고 싶다면,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 다시 찾아와 정해진 구역 내에서만 입수하면 된다고 알려주셨어요. 조금 아쉬웠지만 예쁜 풍경에 위로받고 다른 목적지를 향해 보았습니다.
거진항에서부터 송지호, 아야진을 거쳐 해안길을 따라 쭈욱 해변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자작도 해수욕장이었어요. 언뜻 보기에는 드넓은 모래 해변인데 신기하게도 아래쪽 한켠에는 오랫동안 파도에 갈고 닦인 둥근 바위들이 서있는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더군요. 건너편에 보이는 섬 이름이 '자작도'여서 자작도 해수욕장이 된 것인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마침 햇볕도 좋아 밀물이 들어오기 전 호다닥 물 속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바다에도 봄이 오는지 이곳저곳 풍성하게 자란 해초에 마음이 뺏겨 차가운 것도 금새 잊혀졌어요. 물고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초록빛이 무성한 해초들과 그 사이로 막 자라기 시작한 소라, 고둥들이 간혹 모습을 비추어 주네요.
한참을 구경 중에 작은 소라 하나 주으러 바닥에 닿은 순간, 얼핏 사람같은 형상에 너무 놀라 꼬로록 물을 먹어버렸습니다.
혹시 보이시나요?
상상도 못했는데 바위 한켠에 커다란 문어가 낮잠을 자고 있었네요. 이제껏 작은 문어들은 구경했어도 이렇게 큰 문어가 '나보시오' 하는 느낌으로 너부러져 있는 것은 처음 보아 당황스럽기도, 재밌기도 하였네요.
서너번을 고프로와 함께 가까이 다가가보아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돌인 채 합니다. 자는 척하긴 했지만 아마도 저를 보고 내심 놀라 도망갈 궁리를 하였던 듯 해요. 한번 더 숨을 고르러 수면에 올랐다 내려가니 어느새 문어가 사라져 있었습니다ㅎㅎ 사방으로 해초가 풍성해서 그렇게 커다란 몸집인데도 다시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제가 몇번을 귀찮게 한 것을 묵묵히 참아준 데에 감사한 친구였네요. 모쪼록 올 한해 무사히 보내기를 바래며 저도 물놀이를 마무리 하였네요.
한달 간 바다 구경을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인 것인지 커다란 문어도 만나고, 너무 예쁜 바다 풍경도 잔뜩 담아온 하루 였습니다. 아직은 영상 담는게 서툴지만 그래도 기억해 두고 싶었던 풍경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네요. 물밖에 나와서는 한참을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ㅎㅎ 비만 쏟아지던 3월이 지나갔 듯 곧 뜨거운 여름이 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