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일기

[거제해녀아카데미] 물질실습 2일차, 남해 양화금 진짜 해녀의 작업장

Jenny the Sea 2021. 8. 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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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31 (토)

7월도 어느새 마지막 토요일이 오고 학교 교육도 한달, 횟수로는 4번뿐이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물질실습 2일차로, 남해도 양화금에서 집결 안내를 받았어요. 특히, 오늘 가는 곳은 실제 남해 해녀들이 작업을 하는 어장으로 저희의 교육이 있기 하루 전, 이미 해녀배가 다녀갔으며 남은 물건에 대한 채취를 교육 목적으로 허락받은 곳이라 합니다. 어제까지 해녀가 입수를 하였고 실제 채취를 하는 곳이라니- 이제야 정말 실전에 들어간 듯 가는 길 내내 바다 속이 궁금하고 설래였습니다.

남해도의 남해바다

아침에 집결을 하고 준비 운동을 마친 후에는 학교에서 더욱 반가운 손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바로, 거제 칠천도 해녀로 유명한 아카데미 교장선생님, 김성량 해녀님이신데요. 오늘 6기생들의 실습 교육을 위해 특별히 찾아오시고 도움을 주기로 하셨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면접 때도 뵈었고, 칠천도 해녀배를 소재로 한 공중파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기도 하셨어서 낯설지가 않았지만 해녀복으로 탈의하신 모습으로 마주하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과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에도 물질을 은퇴한 해녀선생님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교육생들을 살펴주시기는 하였지만 물질을 나가는 실전 바다에서 현업 해녀와 함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때문에 동기생 모두 해녀 선생님의 평가를 받을 생각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죠ㅎㅎ

김성량 해녀선생님, 경력 60년의 해녀선생님을 물속에서 마주하는 일은 실로 놀랍고 멋집니다.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모두 분산되어 안전요원들과 함께 넓은 양화금 바다로 입수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해녀들과 같이 하루 4,5시간 이상 물질을 하기로 계획되었어요.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힘을 쓰지 말고 체력을 분배하는 것이 좋을 듯 했습니다.

드넓은 남해 바다 밑은 시야도 흐리고 해초가 거의 전무했습니다... 게다가 수심이 깊었어요. 물은 따듯했고 소금기도 덜했지만 최소 5미터 이상 입수해야만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제법 잡을만한 해산물은 7미터 이상 깊이에 있어 한번의 숨으로 바닥에 도달하는 것부터 난코스였어요. 그렇지만 바닥에 도착하기만 하면 자연산 멍게가 꽃밭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멍게의 크기는 이제껏 교육장에서 보았던 것과 사뭇 달랐어요. 최소 어른 주먹만한 멍게였죠. 심지어 얼굴만한 크기의 돌멍게도 사방에 널려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문어도 많아 오전 시간에만 여러 마리가 발견되었구요!

멍게가 뭉게뭉게

점심을 먹고 작업을 반복하며 동기 모두 개인별로 해녀선생님의 피드백을 받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갔습니다. 모두의 테왁을 모아 오늘 수확한 물건을 합쳐두니 산더미 같은 양이 나왔어요ㅎㅎ 사실, 이렇게 많은 수확물보다도 제가 기분이 좋았던 것은 해녀선생님께서 바위틈을 뒤지는 방법을 손수 보여주시며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을 단번에 날려 주신 칭찬 한마디 였습니다.

물건만 있음 니 잘하겠다!



오늘의 수확물

남해는 바다밭이 풍성해서 현재도 작업량이 많고 해녀배의 수입이 제법 안정적인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그만큼 바다에 있는 시간이 길고 이후, 이를 손질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해 일부는 숙식을 따로 제공할 정도라고 하여요. 

처음 와본 남해였지만 오가는 길의 마을 곳곳이 너무나 이국적이고 예뻐 이곳에 정착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독일마을이 왜 남해에 있는지 대번에 이해가 되더군요. 산의 지형이 낮고 완만한데다 너른 들판이 섞여 있어서 농지도 풍부하고, 복잡한 해안면을 따라 모래밭, 갯바위, 갯벌 등 다양한 해안지역을 갖추고 있어서 어가들도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 보니 전체적으로 밝고 안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고장이었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둘러쌓여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하는 듯 하고요.

이렇게 거제 뿐 아니라 남해까지-
해녀의 실제 삶과 바다 환경을 경험하게 해 준 오늘의 교육도 참 의미 있고 소중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얼마 남지 않은 교육일자가 너무 아쉬어 마음 한켠 슬픈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하루이기도 하였어요. 과연 졸업 후,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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