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해녀아카데미] 온라인 수업, 우리가 지켜야 할 해녀 삼춘
2021.6.3 (목)
수업은 매주 토요일 뿐 아니라 주중에도 지속적으로 온라인 영상 시청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제주 해녀에 대한 역사, 불턱 문화, 해녀들의 장비와 민요, 출항 해녀들에 대한 기록까지... 그동안 해녀에 대해 이렇게나 몰랐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단순히 제주하면 떠오르던 까만 잠수옷의 해녀 뒤로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몰랐고, 한편 한편의 영상을 볼 때마다 그저 풍경처럼만 여겼던 해녀들의 모습이 다시금 새로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교육 영상 중, 2015년도 제작된 SBS 스페셜 '해녀 삼춘과 아마짱'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 링크를 아래 추가하였어요 ˘◡˘
[다시보기] SBS 스페셜 4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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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인간무형문화재로 등재 준비할 때에 눈치 빠른 일본은 현지 해녀인 '아마'를 상품화 시키고 대중화 시키며 우리보다 더 빨리, 그리고 영향력 있게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아마라는 컨텐츠를 상품화 해 지역관광을 활성화 시키고 이들이 안정적인 수입과 노동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젊은 청년들도 관심을 가지고 그 업을 전승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환경을 조성하였어요. 그리고 이제는 한국 제주보다 일본의 해녀들이 훨씬 오래전부터 물질을 해온 뿌리깊은 문화임을 주장하고 또 교육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 아마들 중 일부는 제주의 출항해녀가 시발점이었음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저 또한, 일본 업체들과 일을 하고 또 자주 일본을 방문했던 사람으로써 일본인들의 계산적인 치밀함을 두 눈으로 보았기에 다큐멘터리에서의 행보들을 보고 있자니 심상치 않은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나라는 아직 해녀에 대한 대중적인 컨텐츠도 부족하고 또 그 직업군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도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죠. 이대로라면 해녀가 유네스코에 이름을 올렸다 한들 역사속에만 존재하다가 잊혀져 버리고, 모두가 아마만 기억하는 세상이 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마와 한국의 해녀는 분명히 다릅니다. 미국의 인디언 역사가 수탈과 억압 속에서도 그들만의 정체성과 문화를 전승 해 온 유산으로써 대중화 되고 관심을 받듯이 해녀는 아마와 다르게 섬에서 이루어진 수탈과 친일, 억압의 역사 속에서도 그 정체성과 문화를 전승해 온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물질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물을 무서워하지만 않는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욕심을 위해 수산물을 남획하고
경쟁하는 물질 사회가 형성되었다면
많은 인명사고와 자원의 고갈로 인해
'물질' 이라는 기술 자체가 사라졌을 것입니다.
서양권처럼 스쿠버, 스킨 다이빙을 통해
레저로써만 바다를 즐기거나
선박을 이용한 어업만 이루어졌을 테지요.
지금 '물질' 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어쩌면 한사람이라도 함께 더 오래,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해
그 시대 척박한 섬 해안가에서
머리와 마음을 맞대었던
'해녀'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녀를 지금까지 존재하게 한 영상 속 해녀삼춘들의 마음은 오로지 한 곳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바다.
자식보다도 고맙고 좋다던 바다이기에 60년 평생을 그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기 주저하지 않았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날까지 바다와 함께할 수 있기를 해녀들은 바래었습니다. 내 죽음마저 받아 들일 수 있는 곳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곳과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건 사람과 자연 사이의 교감을 넘어선 어떤 경이로운 관계 그 자체가 아닐런지요. 숟가락질을 배우듯 어려서부터 자맥질을 시작해 평생을 바다와 함께 해 온 그들은 그 삶 자체가 해녀였습니다.
이처럼 해녀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무게 위로 다져진 한국의 '해녀'는 그저 쉽게 지나쳐서는 안되는, 아직도 우리 마음 한켠에 제주 바다 풍경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현존하는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던 2015년으로부터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 남은 해녀의 수는 당시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는 수년 안에 우리는 어딘가 허전한 제주 바다의 풍경을 뒤늦게 깨달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이미 손을 쓸 수 없게 되겠죠.
지금은 비록 교육생이고 졸업 후에도 해녀로서의 자격을 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사실을 깨우친 사람으로서 앞으로는 해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존될 수 있도록 작게나마 행동으로 취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도 이 마음이 닿을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교육 일기를 마무리 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와
그 풍경 한켠에 담겨진 해녀가
사진 자료 속에만 남은 슬픈 역사가 되지 않도록
적어도 바다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관심을 가지고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